재영솔루텍 김학권 회장:
"중소기업은 학벌보다 능력 근무환경·처우개선 노력중
젊은이도 도전정신 가져야"
취업준비생 원수연씨:
"社측 편의대로의 근무 체계 中企경력은 안 쳐주는 풍토…
이런 점 고쳐져야 선뜻 지원"

재영솔루텍 김학권 회장

취업 준비생 여러분, 기축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3년째 부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재영솔루텍의 김학권(63) 회장입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 모두들 힘드시죠. 특히 취업난으로 젊은이들의 맘고생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사회의 선배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안타깝습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 많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도전해달라는 당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에게 이번 위기는 한국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저는 1976년 서울 가리봉동에서 직원 5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첫해 매출은 5000만원도 안 됐지만 작년엔 21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일자리도 800여개를 만들었습니다. 수출 많이 했다고 '1억달러 수출탑' 상(賞)도 받았습니다.

제 작업복 오른쪽 가슴에는 '김품질'이란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품질에 한이 맺혀 이름표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 파워도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최고 경쟁력은 품질입니다. 하지만 품질의 원천은 사람이란 점을 절감할 때 중소기업인들은 큰 좌절을 느끼곤 합니다. 아직도 많은 인재들이 중소기업이란 이유로 입사를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초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이 세계 비디오테이프 시장을 장악해 나갈 때였습니다. 그 제품에 들어갈 비디오테이프 케이스조차 당시 우리 중소기업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 대기업은 일본 중소 금형업체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일본 산업계의 방해로 아주 어렵게 구하곤 했습니다. 우리가 돈 주고 사려고 해도 눈치 봐야 했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금형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대학 졸업의 우수 인력 확보는 꿈도 못 꿔 고졸의 직원들과 몸으로 부딪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중소기업도 이렇게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그때 함께 했던 직원들이 지금 우리 회사의 임원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동년배가 대기업에서 모두 은퇴할 지금도 현장에서 맹활약 중입니다. 학벌보다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중소기업이 나을 겁니다. 인재들에게 펼쳐진 여백도 중소기업이 더 많습니다. 이제 회사가 커져 우리 회사엔 카이스트(KAIST) 박사 출신 연구원도 두명이나 됩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배가 고픕니다. 우수한 인력이 더 많이 중소기업에 와 줬으면 합니다.

중소기업이 모두 좋다는 게 아닙니다. 중소기업도 스스로 업무 환경도 바꾸고 인재를 처우하는 문제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우리 중소기업도 바뀔 테니 젊은이들도 중소기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 주십시오. 그리고 도전해 주십시오.

저는 장인(匠人) 정신보다 더 소중한 게 현장에 뛰어드는 정신이라고 믿습니다. 여기서 경쟁력이 나옵니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이고 애사심이 있는 사람이 오면 더 좋겠습니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애국자입니다. 중소기업이 희망이 되게 만드는 것은 젊은 여러분들의 도전에 달려 있습니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회장 드림


취업준비생 원수연씨

중소기업 경영자님, 설 명절은 잘 쇠셨나요?

얼굴은 모르지만 용기를 내 이 편지를 띄웁니다. 여러 청년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대표로 이야기한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습니다.

우선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입니다. 대학에서는 환경공학과 수학교육을 전공했고요. 저는 규모보다는 기업이 얼마나 견실한지, 어떤 비전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기업·중소기업 따지지 않기로 했어요. 제가 즐겁고 기쁘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OK'입니다.

하지만 제 주변사람들은 이런 저를 말립니다. '조금 더 참았다가 대기업·공기업에 들어가라'는 거예요.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더 안정적이고, 연봉이나 복지 혜택도 훨씬 낫다'는 겁니다.

그럴 만도 하죠. 요즘 제가 살고 있는 춘천엔 유명 인터넷 대기업이 들어와 있는데, 이 회사의 쾌적한 사무실 환경이나 복지 혜택, 연봉 수준이 지역 젊은이들 사이에 화제랍니다. 다들 '이래서 대기업에 가야 해'라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반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희망보다는 걱정부터 앞섭니다.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밤샘 근무가 허다한 회사, 직원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경영진, 직원들의 자기 계발에 무관심한 조직문화, 휴일에 나와 일해도 보상이 없는 규정….

물론 일부 중소기업들의 잘못된 사례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두려움이 싹트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구직자들의 취업 눈높이도 많이 높아지다 보니, 이제 중소기업 취업은 '차선책'도 아닌 마치 '최후의 선택'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소기업 경영자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좀 더 젊은이들과 가까워지시라고요. 대학생 인턴을 받아 중소기업에 대한 경험의 폭을 늘려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청년들이 활기찬 중소기업 현장을 체험해 본다면 막연한 두려움도 조금 줄지 않을까요.

또 대학교에도 자주 찾아주세요. 산학협력은 대기업만 하라는 법이 있나요? 중소기업들이 대학을 찾아와 함께 연구하고, 장학금도 주면서 청년 인재에 대한 투자를 넓혀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을 찾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사 홍보도 많이 해주시길 바랍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좋은 중소기업들이 참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이런 기업들의 취업 정보는 눈 씻고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기업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나요.

사실 취업 시장에서는 중소기업 근무 경력을 잘 인정받지 못하더군요. 차라리 대기업에서 짧게 일하는 게 낫지요. 그래서 새로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중엔 중소기업 근무 경력을 아예 적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져야 하겠죠? 정부도 기업도 함께 힘써줬으면 좋겠습니다. 날씨도 춥고 경제도 춥습니다. 하지만 저는 취업의 희망을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


원수연(26·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드림

Posted by Takumi

2009/01/29 11:20 2009/01/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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