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에다 원자재값·엔화 올라…中企 도산 다시 늘고 실질 임금도 하락
日 정부 개혁의지 후퇴 외국인 투자이탈 가속…올 성장률 1%대 급락 경기 확장 마감할수도
- ▲ 수출 주도형 일본 경제가 엔고에 휘청거리고 있다.지난 13일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0엔 밑으로 떨어져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기 불황에서 벗어난 일본 경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 주식 펀드 투자 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경제와 증시 상황은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일본계 금융회사의 경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6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일본 닛케이지수 하락률은 30.2%에 달해 미국 다우지수의 9.3%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일본의 실물경제 역시 1월 경기동행지수가 경기 판단의 분기점인 5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악화되는 모습이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왜 일본 경제는 이토록 취약한 것일까? 또 일본 경제가 다시 장기 불황에 빠질 위험은 없는가?
■ 일본 경제의 현주소
1990년대 일본 경제는 거품 붕괴 후유증으로 10년 이상 장기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1998년부터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공적자금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대형 은행이 3대 그룹으로 재편되는 금융 구조조정이 진전되는 한편,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일본 기업 구조조정의 성과도 가시화됐다.
일본 경제는 2002년 1월을 바닥으로 서서히 금융 부실과 실물 경기의 동시 추락으로 요약되는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은 2.1%로 1991~2001년의 1.2%보다 1% 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다만, 이러한 일본 경제의 회복은 중국 등 신흥시장의 고성장과 함께 엔저(低)를 발판으로 한 수출 확대에 의존하는 측면도 강했다. 내수의 경우 비(非)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확대돼 크게 기대하기 어려웠던 가운데, 엔저와 수출에 기대 활로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서면서 엔고 압력이 점점 높아지자 사상 최대의 엔저 유도 정책을 펴기도 했다. 2003~2004년에만 35조 엔이 넘는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했다. 이런 수출주도형 경제 회복의 결과 일본 경제의 수출 의존도(수출/GDP)가 1994년 8.6%에서 2007년에는 15.6%로 급상승했다.
■엔고가 수출 주도 성장에 제동
그러나 수출주도형 경제 회복은 최근 서브프라임 쇼크로 인한 세계 경기의 둔화에 엔고까지 가속화하면서 시련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경기 지표인 산업생산 지수는 지난 1월에 전월 대비 2% 하락했으며, 경제산업성은 금년 1분기 전체로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 → 생산 확대 → 설비투자 확대'의 선순환 고리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 부진으로 고전하던 차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중소기업 도산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일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부채 1억엔 미만의 중소형 기업 부도가 지난해 6559건에 달해 전년 대비 21.6% 급증했다.
소비의 경우도 그 동안의 물가 하락세가 상승세로 바뀌면서 식료품 등의 가격이 급등해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일본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10월 이후 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고, 지난 1월에는 0.8%를 기록하면서 소비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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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 경제는 금융 부실을 해결함으로써 장기 불황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대외 환경 악화와 취약한 경제 회복세, 일본 정부의 규제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 중반(2007년은 2.1%)으로 급락해 2002년 이후 계속되어 온 경기 확장 국면이 마감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경제의 진짜 문제는 개혁 후퇴
일본 경제는 장기 불황에서 탈출하긴 했지만 여전히 저성장에 머물고 있으며 외부적인 충격에 취약한 모습이다. 일본 경제의 진짜 문제점은 어디에 있는가?
오오타 히로코 경제·재정 담당 장관은 지난 1월 국회 연설에서 "일본 경제는 이미 일류가 아니다"고 발언해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1993년에 세계 2위였던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에는 18위로 떨어졌다. 또 1989년에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20대 기업 중 일본 기업이 1~5위를 휩쓸고 무려 14개 기업이 포진되었던 반면, 작년에는 도요타 하나로 줄어드는 등 일본 경제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해 왔다.
이는 일본 정부의 개혁 의지가 약해진 데 기인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과거처럼 도로 등 공공투자 위주의 재정확대 정책을 지지하는 이익집단들의 압력도 강화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의 개혁 의지가 후퇴했다고 판단, 일본 증시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장기 불황 극복 과정에서 강조된 '모노즈쿠리(일본 특유의 현장 기술력을 활용한 고품질 제조)' 전략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는 측면도 있다.
인구 감소 사회에 접어든 일본으로서는 저부가가치 제조업보다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와 같은 서비스산업화, 저출산 문제 극복, 내수 활성화 등의 구조적 과제는 이미 버블 붕괴 이전인 1980년대 말에도 인식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블 붕괴에 따른 위기 대처에 몰두하다 보니 구조적 과제의 해결이 지연된 채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