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社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
한국지사장 김인혜 사장
“영어가 짧아 답안지 에세이로 못쓰겠다”
교수에 당당히 요구하기도
“사람 만나는게 적성” IT업체서 경력 쌓다
세계2위 헤드헌팅사로 옮겨
세계적인 헤드헌팅 기업인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 한국지사장인 김인혜(金仁惠·44) 사장은 지난 93년 하버드 MBA 과정에 들어갔다. 남편이 먼저 하버드 MBA 과정에 합격한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어!”라며 도전했던 것이다. 영어가 짧았던 김 사장은 MBA 첫 수업인 ‘협상(Negotiation)’ 과목부터 내심 떨렸다. 시험 때가 다가오자 교수에게 찾아가 “나는 에세이가 아니라 불릿 포인트(bullet point·요점 정리식)로 답안지를 내겠다”고 제안했다.
- 세계적인 헤드헌팅 기업인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 한국 지사장인 김인혜 사장.오종찬 객원기자 ojc1979@chosun.com
교수는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다 과감한 제안에 “네가 하버드 MBA에서 불릿 포인트로 시험을 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허락했다. 김 사장은 결국 ‘협상’ 과목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1’을 받았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도전적으로 달려왔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 MBA를 마친 과정도 그렇고, 이후 루슨트 테크놀로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사장은 루슨트 한국지사에 발령을 받은 뒤 손을 들어 영업을 자원했다. 루슨트 본사에서는 “남자 중심적인 한국에서 여자가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지만 김 사장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김 사장은 당시 루슨트 한국지사가 아직 SK텔레콤에 팔지 못했던 무선통신 장비(2.5세대)를 처음으로 팔면서 회사를 놀라게 했다.
이후 김 사장은 IT 업체인 인포스페이스를 거쳐 2003년부터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 지사장을 맡았다. IT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자신이 사람 만나는 일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국내에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라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다. 김 사장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설립된 지 54년 된 세계 2위 헤드헌팅 기업”이라면서 “다른 헤드헌팅 업체는 사람을 찾아주면 보수를 받지만, 우리 회사는 수수료를 먼저 받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주로 임원이나 CEO를 찾아주는 전문업체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수수료를 먼저 받는 대신 6개월 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임자를 찾아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올 초 세계적인 인터넷 검색 기업으로부터 R&D 책임자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4개월 동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전문가 100명의 경력을 분석하고 면접해 적임자를 찾아줬다. 그 기업은 김 사장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본사로 불러 9명의 임원이 김 사장을 먼저 인터뷰할 정도로 철저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적임자를 찾아주자 고맙다는 인사로 화환을 보낼 정도로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헤드헌팅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포천이 정하는 500대 기업 CEO에게 ‘올해 목표가 뭐냐’고 물었을 때 1위가 ‘우수 인재 확보’였어요. 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앞으로 한국의 인재를 찾는 외국 기업도 많고, 외국에 진출할 한국 기업이 인재를 찾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회사의 매출 중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였는데 작년 말에 벌써 60%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외국에는 90세까지 헤드헌팅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인맥과 연륜이 많아져 일의 능률이 높아지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