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장사 잘하는 이유

    • ▲ 선우정 도쿄특파원
  • 지난주 도요타자동차는 ‘홍보 장사’를 엄청나게 잘했다. 6월 29일자 조선일보 종합 1면, 동아일보 종합 2면, 중앙일보 종합 3면에 도요타를 칭찬하는 대형 기사가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에서 언론을 비판하는 주간 신문 ‘미디어오늘’ 이 ‘판박이’라고 지적한 렉서스 공장 르포 기사였다. 사실 이런 기사의 홍보효과는 수천만원짜리 광고 수십 개보다 더 크다.

    도요타는 렉서스 홍보를 위해 전날(6월 28일) 국내외 44개 언론사 보도진 53명을 초청했다. 도쿄에 주재하는 기자들이었다. 하지만 집결 장소는 공장이 있는 아이치(愛知)현 도요하시(豊橋)역 출구였다. 도쿄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24분, 왕복 1만7000엔(12만7000원)이 들어간다. 물론 교통비는 기자 부담이었다. 역에서 공장까지는 도요타가 제공한 회사 버스를 탔다. 30분 정도 걸렸다. 따라서 도요타가 들인 교통비는 버스 1대를 1시간 정도 운행하는 데 필요한 기름값이 전부였다.

    버스를 타자 자리마다 도시락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샌드위치와 과일, 생수였다. 이날 도요타가 제공한 오찬이었다. 편의점에서 500엔(37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도시락이었다. 생수까지 합쳐 개당 600엔(4500원)이라고 가정하면 도요타가 지불한 기자 53명 점심값은 모두 합해 3만1800엔(23만8500원) 정도였다.

    버스에서 내려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니 ‘LEXUS’란 로고가 달린 모자가 놓여 있었다. 시중에서 2000엔(1만7000원) 정도 하는 모자였다. 기자들이 모두 가지고 돌아갔다면 도요타는 모자 비용으로 10만6000엔(79만5000만원)을 쓴 셈이다. 도요타 직원들 교통비, 프레젠테이션 비용 등을 빼고 도요타가 기자들에게 직접 들인 비용은 대략 한국 돈 100만원 수준인 듯하다. 물론 이 돈까지 기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도요타는 나름대로 수백 배에 달하는 홍보 이익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도요타는 “기사를 잘 써달라”거나 “크게 내달라”고 부탁한 일이 없다. 누구 말씀대로 공장에 간 한국 특파원들이 ‘죽치고 앉아 (크게 쓰자고) 담합한’ 일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고, 기사 계획에 대해 누구와 얘기를 나눈 일도 없다. 초청 받을 당시엔 기사를 크게 쓸 생각도 없었다.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렉서스 공장이었기 때문에 응했을 뿐이다.

    조선·중앙·동아가 같은 날 비슷한 내용으로 대서특필한 이유는 단 하나다. 세계시장에서 도요타에 판판이 밀리는 현대자동차가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바로 그날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도요타 홍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신칸센을 타고 가면서 느낀 것은 ‘이대론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이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큰 뉴스였던 현대차 파업 기사에 나란히 도요타 기사를 붙인 것이다. 중앙, 동아일보 특파원들도 똑같은 기분을 느끼고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미디어오늘’은 “(보수 언론의) 인식 수준이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진보 언론이 초청을 받았다면 이날 어떤 생각을 했고 다음날 어떤 기사를 냈을지 궁금하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궁금하다. 참고로 도요타는 1950~53년 빈번한 파업사태로 망할 위기에 몰린 일이 있다. 이때 도요타를 살려준 것은 일본에 군용차 특수(特需)를 일으킨 6·25전쟁이었다. 그후 도요타는 단 한 번도 파업을 안 했다.

    Posted by Takumi

    2007/07/02 10:48 2007/07/02 10:48
    ,
    Response
    0 Trackbacks , 0 Comments
    RSS :
    http://ryoko13.maru.net/rss/response/174

    Trackback URL : http://ryoko13.maru.net/trackback/174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463 : 1464 : 1465 : 1466 : 1467 : 1468 : 1469 : 1470 : 1471 : ... 1614 : Next »

    블로그 이미지

    Do my best whenever, wherever!

    - Takumi

    Notices

    1. PROFILE

    Archives

    Authors

    1. Takumi

    Recent Trackbacks

    Calendar

    «   2012/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215120
    Today:
    32
    Yesterday: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