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 위기의 파장이 국내 부동산 개발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메릴린치·AIG·모건스탠리 등 금융 위기의 장본인격 투자은행들은 그 동안 한국 부동산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많이 해왔다. 이들 투자은행들은 앞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 처분 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은행들이 국내에서 매입했던 오피스빌딩이나 투자를 약속했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올해 들어 미국계 자금이 오피스 시장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관련 부동산 투자 상품인 '리츠' 가격이 급락하는 등 상당한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고수익 상품 찾아 한국으로=미국계 투자은행들은 2000년대 들어 잇따라 국내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거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고수익 상품을 좇던 이들에게, 호(好)경기를 이어가던 한국 부동산 시장 투자는 '높은 시세 차익'은 물론 '짭짤한 임대 수익'까지 함께 거둘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 금융 시장에서 문제가 된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AIG가 국내에서 최근 5년 사이 참여한 개발 프로젝트나 매입한 오피스빌딩 수는 약 1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설이 나돌고 있는 미국 2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국내에서 9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말 서울역 앞 대우빌딩을 9600억원에 사들였다. 리먼브러더스는 서울 중구 명동에서 상가 겸 오피스빌딩인 'M타워'의 상당 지분을 매입한 데 이어, 주상복합·호텔·연구개발센터 등을 건설하는 경기도 안산시의 '사동 복합타운 조성' 프로젝트에도 1조원 이상 출자키로 했다. 메릴린치의 경우 2005년 SK그룹이 본사로 쓰던 서린빌딩을 사들였고, 서울 을지로 청계천 부근에서는 국내 한 자산운용회사와 함께 연면적 5만 평 규모의 오피스빌딩 건립을 추진 중이다. AIG는 16만 평 규모로 조성되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프로젝트에 최대 출자자로 참가한 상태. 빌딩전문업체 알투코리아 김태호 팀장은 "대부분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구체적인 투자 내용 혹은 투자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국내 부동산 시장 진출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프로젝트들 빨간 불= 이 중 리먼브러더스가 참여하는 안산시 사동 복합 프로젝트(3조 5000억원 규모)의 경우 대체 투자자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당초 리먼브러더스가 1조4000억원을 조달해 지분 40%를 확보할 예정이었지만, 파산 신청으로 인해 이 만한 돈이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프로젝트 공동참여사인 GS건설 관계자는 "리먼의 역할을 대신해 줄 투자자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가 SK건설 자회사와 함께 추진하던 서울시 강남구의 나산백화점 부지 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당초 리먼 측이 투자금액의 절반을 출자, 백화점 부지에 20층짜리 오피스빌딩을 올리려고 했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개발사업의 경우 AIG가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 출자자라, AIG 위기가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AIG 외에 국내 금융회사들도 여럿 참가하고 있어 당장의 공사 진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AIG가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지분을 내다 팔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가 리모델링 중인 대우빌딩의 진로에도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되는 상태. 모건스탠리는 당초 이 건물을 수선해 몇 년간 임대하다 재매각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존 오피스 빌딩 시장 역시, 외국계 소유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질 경우 가격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빌딩투자컨설팅회사 세빌스BHP코리아 홍지은 팀장은 "국내 부동산 개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발을 빼기 시작하면, 경기 침체와 맞물려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도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2008/09/22 09:03 2008/09/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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