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토 문화재 보호 현장을 가보니…
진언종 총본산 仁和寺 종무실의 '철벽 방재'
승려 자율소방대 한 해 10차례 방화 훈련
물줄기 50m 치솟는 방수총 건물 주변엔 양동이 수십개
지붕과 서까래마다 열 감지 구리선 촘촘히

숭례문 화재 39일째를 맞은 지난 19일, 이건무 신임 문화재청장은 '중요문화재 종합 방재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다. 내년까지 790억 원을 들여 국보·보물 목조문화재에 경보장치와 수동·자동 소화장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는 나무로 만들어진 문화재들 대부분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첨단 방재시설이 갖춰져 있는 이웃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소 잃은 뒤에 '특급 외양간'을 갖췄고 ▲첨단 장비와 원시적인 장비를 효율적으로 함께 쓰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언제든지 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철저히 자리잡고 있었다. 목조 고건축물이 밀집한 일본의 고도 교토(京都)의 문화재 방재 현장을 명지대 한국건축문화연구소장인 김홍식 교수팀과 함께 찾아갔다.

◆절 96곳에 감지기… 400t 저수조도

교토 시내 진언종(眞言宗) 총본산 고찰인 닌나지(仁和寺)의 종무실 건물 복도로 들어가면 뜻밖의 광경이 펼쳐진다. 벽에 무려 96개의 화재 경보기 버튼이 설치돼 있고, 그 옆에는 안전모와 비상 전화기, 비상벨, 소화기가 빼곡했다. 마치 소방본부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방재담당 과장인 스즈키 겐코(鈴木義晃) 스님은 "절 96곳에 열 감지기가 설치돼 있어서 화재가 일어나면 이곳에서 바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차는 3~5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즉각 승려들로 이뤄진 자율소방대가 출동한다. 이들은 한 해에 10차례 방화 훈련을 갖는다.

스님들이 어떻게 불을 끌까? 이들은 17세기 건축물인 오중탑(五重塔)으로 안내하더니 곧바로 소화 시연을 했다. 탑 옆에 설치된 방수총(放水銃)을 꺼내 10초 만에 물을 쐈다. 물대포라 할 만한 굵은 물줄기가 치솟았다. 36m의 탑보다 훨씬 높은 50m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런 방수총이 탑 주변에만 네 군데 있다. 사찰 뒤쪽에 있는 저수조에 보관된 물은 400t이다.

긴가쿠지(金閣寺)와 료안지(龍安寺), 기요미즈지(淸水寺) 같은 교토의 다른 유명 관광지들도 철저한 방재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옛 건물에는 아예 전등 같은 전기 설비가 없었고, 지붕과 서까래마다 열을 감지하는 구리선이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 건물과의 조화를 위해 구리선 색깔만 100가지가 넘게 개발됐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물이 반쯤 담긴 붉은색 양동이 수십 개를 건물 주변에 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런 원시적인 장비야말로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96개의 화재 경보기 버튼이 설치된 닌나지의 방재센터에서 이 절의 스즈키 겐코 스님이 방재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대형 참사 경험이 위기의식을 낳아

일본이 처음부터 이런 방재 시스템을 갖췄던 것은 아니다. 1949년 호류지(法隆寺) 금당이 실화로, 1950년에는 긴카쿠지 금각이 방화로 전소됐다. 이후 일본은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해 방재 대책을 세웠다. 닌나지의 철저한 방재 시스템에도 아픈 사연이 있다. 1993년 4월 군주제를 반대하는 테러범이 금당 마루 밑에 자동발화장치를 몰래 설치한 탓에 불탈 뻔한 위기를 겪었고, 그 이후 방재시설을 업그레이드했던 것이다.

마쓰다 가네후사(益田兼房) 리츠메이칸(立命館)대 역사도시방재연구센터 교수는 "교토는 '나무와 종이로 만들어진 도시'라 할 정도로 불에 취약한 문화재들이 많아, 재난 예방과 훈련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주요 건축문화재 4101곳 가운데 90%가 목조인 데다 지진마저 잦으니, 위기는 늘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김홍식 교수는 "일본의 시스템은 사실 우리 입장에서 결코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문화재를 지키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2008/03/24 09:10 2008/03/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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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炅勳 2008/03/24 09:11 # M/D Reply Permalink

    배울건 배워야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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