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불화·가정폭력으로 이어진 불행
베트남 시골마을에서 빈농의 딸로 태어난 네이수앙(21·가명)씨는 작년9월 국제결혼업체를 통해 충남 태안에 사는 김관식(가명·53)씨와 신방을 차렸다. 32살 차이가 났으나 베트남에서 본 김씨는 괜찮아 보였다.
베트남 시골마을에서 빈농의 딸로 태어난 네이수앙(21·가명)씨는 작년9월 국제결혼업체를 통해 충남 태안에 사는 김관식(가명·53)씨와 신방을 차렸다. 32살 차이가 났으나 베트남에서 본 김씨는 괜찮아 보였다.
지난 겨울 남편은 술에 취해 칼로 그녀를 위협하며 온몸을 구타했다. 네이수앙씨는 그 길로 집을 뛰쳐나와 인근 주유소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고, 태안군 다문화센터에 연결돼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남편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기는 어려웠다. 말도 안 통하는 이국 땅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그는 결국 남편과 이혼하기로 했다. 한국에 온 지 5개월도 안 된 그는 이주여성쉼터에 묵으며 깊은 상처만 얻은 채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네이수앙씨뿐 아니다. 매년 3만명 안팎의 외국인 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오고 있지만 이들이 꾸린 다문화가정은 일부 불화를 겪고 있다. '가정폭력'·'소통 불화' 등이 주 이유다.
베트남 여성 화모(21)씨는 작년 1월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한 40대 남성에게 시집왔다. 결혼 당시 그녀가 아는 한국어라곤 '안녕하세요' 등 한두 마디에 불과한 데다 남편의 집안 형편이나 남편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결혼 후 알게 된 남편의 직업은 음식점 임시 종업원 등 비정기적인 일이었고 방 두 칸짜리 57㎡ 주택에서 부모와 동생 식구와 함께 살아야 했다.
경제 문제로 화씨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시작했으나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상황은 악화됐다. 이 때문에 화씨는 부부생활에 지쳐 무작정 이혼하고자 하는 자포자기 상태다. 8개월 된 남자아기에게도 정을 떼기 위해 아기가 울어도 안아주려고 하지도 않고 눈을 맞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작년 4월 충북 영동에서는 베트남에서 시집온 지 8개월 된 스무 살의 새댁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베트남 신부는 남편이 대졸에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중매업체의 감언이설에 속아 2007년 8월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러나 남편(39)은 변변한 직업이 없는 농촌 총각인 데다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농촌마을에서 몸이 불편한 시아버지를 모시며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던 그녀는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한 달 이상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의식을 회복한 그녀의 첫마디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베트남으로 보내달라"는 말이었으며 실제로 병원치료를 받자마자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고국으로 돌아갔다.
다문화가정 자녀 2세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김이철(가명·10·초등 5년)군은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받아도 필리핀 출신인 엄마에게 전하지 않는다. 1·2학년 때 가져다 준 적이 있으나 엄마가 아예 읽지 못하는 걸 보고 자기가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택배 일을 하는 아버지 역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김군과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다. 세 식구 사이에 교류가 거의 없는 것이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 단둘이 사는 박서린(가명·9·초등 4년)양은 매일 학교가 끝나면 인근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서 논다. 엄마가 식당 일을 하느라 바빠 집에 가도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일찍 들어올 때에도 보통 다른 베트남 사람들이 와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베트남어로 대화를 나눠 외톨이가 되긴 마찬가지다. 그런 박양은 학교에서도 10분 이상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한다. 소통의 부재가 박양의 주의력을 현저히 떨어뜨린 것이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