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 출장을 다녀온 A씨는 우연히 카드명세서를 확인하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당시 카드로 결제한 자동차 렌트비가 예상했던 것보다 5만원이나 더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황당해진 A씨는 카드사에 확인을 요청했고, 카드사로부터 "미국 가맹점에서 쓴 카드가 원화로 결제됐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외국에서 한국 돈으로 카드 결제를 했을 뿐인데 손해를 본다? 언뜻 들으면 이해가 잘 가지 않죠. 그런데 요즘 A씨와 같은 피해를 입는 해외 여행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환율을 이용한 신종사기의 일종이죠. 피해금액이 크지 않아서 본인이 사기를 당한지도 모른 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환율 사기는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지만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수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고객이 한국인이면 '카드 결제를 원화로 하겠느냐'고 묻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현지 화폐 대신 원화 결제를 택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결제하면 외국돈을 한국 돈으로 다시 정산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 편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귀국해서 카드명세서를 받으면 '속았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현지에서 받은 원화 영수증 금액보다 실제로 인출된 금액이 더 큰 까닭이죠.

금액차이의 비밀은 환전 과정에 숨어 있습니다. 보통 해외에서 현지 화폐로 카드 결제를 할 경우 '현지화폐→달러화→원화'의 3단계 환전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반면 현지에서 한국 돈으로 결제하게 되면 '현지화폐→원화→달러→원화'로 한단계가 더 늘어납니다. 그만큼 전환과정에서 붙는 환전수수료가 더 많이 듭니다. 특히 현지 가맹점이 현지 화폐를 원화로 환산할 때 은행의 공식적인 환율이 아니라 일정한 마진(이익)을 얹은 비공식 환율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손해는 더욱 커지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환율 정산 과정이 늘어나면서 손해를 입게 되어도 소비자는 별도의 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한국 돈이 익숙하더라도 해외에 나가서 카드를 쓸 때에는 현지통화로 결제하는 게 좋다"며 "물건 구입 후에도 반드시 영수증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해외 비즈니스뿐 아니라 해외여행 때에도 '현지화'가 최고라는 이야기입니다.

Posted by Takumi

2009/05/29 22:18 2009/05/2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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