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행주도 다시 짜는’ 도요타 협력업체 가보니…
“값은 중국 업체와 똑같고 품질 더 좋게 만들자” 도요타 생산방식 밀어붙여
외국인 근로자가 절반 이상 생산현장, 저임금에 시달려
지난 25일 찾아간 도요타(豊田)시 외곽의 도요타 부품업체 ㈜마루타카(丸高)와 ㈜미후네(御船)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도요타자동차에 100% 납품하는 업체들인데도 불구하고 들뜬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0년부터 도요타 본사가 실시한 ‘CCC21(Construction of Cost Competitiveness 21)’ 프로젝트로 원가 30% 절감을 달성한 데다, 최근엔 ‘VI(Value Innovation)’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20% 추가 절감 목표 때문에 회사 전체가 정신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도요타시 일대의 자동차 부품업계 현장은 ‘첨단기술뿐 아니라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도 살아남는다’는 각오로 싸우는 중이었다. 부작용도 없진 않다. 도요타가 성장해 부품을 많이 납품하는 건 좋지만, 그만큼 이익이 줄어 부품업체로서는 좋아지는 게 별로 없다는 것. 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절반 이상 쓰고 있어 생산현장의 저임금화도 심각했다.
- ▲ 도요타시 외곽에 있는‘미후네’공장 전경. 도요타의 전 차종에 들어가는 수백개 금속제품을 납품한다. 공정의 90%를 자동화해 도요타 원가기준을 맞춰냈다. 공장 입구 위에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환경경영체제 인증인‘ISO 14001’마크가 붙어 있다.
◆마루타카 “7년 동안 생산원가 50% 줄였다”
도요타시 외곽에 위치한 마루타카는 매출 520억엔(약 4230억원) 종업원 280명의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다. 도요타에 연간 12만개의 시트(차량용 의자)와 40만개의 시트커버를 납품한다. 이 공장의 특징은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으로 판단하기 쉬운 시트의 생산단가를 절반으로 떨어뜨려, 도요타의 원가 절감 계획을 기대 이상으로 달성했다는 것이다.
마루타카의 모토지마 신지(元島新二·56) 공장장은 “작업자 동작을 비디오로 분석한 뒤, 낭비 요소를 찾아 철저히 개선했다”며 “차량 1대분의 자재·공구를 공정순으로 정밀하게 배치하고, 작업자가 양손을 사용해 빨리 집을 수 있게 환경을 고쳤다”고 말했다.
마루타카 역시 ‘중국업체와 같은 값에 더 좋은 품질’을 원하는 도요타 기준에 계속 맞춰 나가야 하는 게 고민이다. 이를 위해 정규사원을 줄이고 외국인 근로자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 주요 생산직은 일본계 남미인과 중국인 산업연수생들로 채워져 있다. 일본인은 연봉 400만엔(약 3250만원)은 줘야 하지만, 일본계 남미인은 250만엔(2000만원), 중국 연수생들은 150만엔(1200만원)이면 된다.
◆미후네 “도요타 생산방식은 사고방식의 문제”
나고야(名古屋) 역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미후네는 종업원 65명의 도요타 2차 협력업체다. 도요타 전 차종에 들어가는 수백여 개 금속제품을 프레스로 가공한다. 토요일 오전이었지만 밀려드는 주문량 때문에 공장은 풀 가동 중이었다. 그러나 3000㎡ 넓이의 공장 안에 보이는 직원은 고작 5~6명뿐이다.
“100만개에 1개만 불량이라고 해도 결국 그 불량품이 들어간 차를 구입한 소비자에겐 100% 불량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리는 그런 소비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불량품을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합니다.” 반바지 차림의 우메무라 사카시(梅村敏·65) 사장은 “제조공정 안에서 불량을 모두 없애 제품출하시 별도 검사가 필요 없게 하는 게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한국 자동차업계, 현장에 위기의식 적은 게 신기해”
도요타 협력업체들이 보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모습은 ‘치열하게 벌어지는 글로벌 경쟁에 대해 위기의식이 너무 부족하다’였다.
마루타카의 모토지마 공장장은 “관련 업계 의견교환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일본인 사고방식으로 볼 때 경영자나 직원들이나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국내 임금 상승, 중국의 급부상 등 여러 ‘위험 요인’을 인식하고 거기에 맞춰 목표를 정한 뒤 반드시 실행해 나간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요타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의 실체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미후네의 우메무라 사장은 “한국에서 수백여 명이 공장을 다녀갔지만, 도요타 생산방식은 학습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정말 위기감을 느끼고 스스로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다(無馱·낭비나 쓸데없는 것을 뜻하는 일본어)’를 없애라고 했을 때, 이게 ‘무다’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 겉으로 보이는 생산방식만 배워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