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지분 쪼개 팔거나 다른 인수 대상 찾아야
국내 은행 후보중엔 국민·하나금융이 가장 유력
영국계 은행 HSBC가 미국계 론스타펀드가 소유한 외환은행 인수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3년 가까이 끌어온 외환은행 매각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날 외환은행 주가는 10% 넘게 폭락해 매각을 둘러싼 불안감을 반영했다. 반면 국민·하나은행 등 호시탐탐 외환은행을 노려왔던 국내 은행들은 곧바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 치열한 인수전을 예고했다.
◆HSBC 인수 포기, 왜?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표면상 이유는 인수 가격 때문이다. HSBC는 공식발표문을 통해 "론스타와 수용 가능한 조건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양측이 인수 가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했다.
2007년 9월 인수계약 체결 당시 HSBC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에 체결된 외환은행 매매 가격은 주당 1만8450원. 하지만 계약만료일인 지난 7월 말 외환은행 주가는 1만30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한 상태였다.
- ▲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 붙어있는 외환은행 간판. 그 뒤로 건너편 건물에 HSBC 로고가 보인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양측은 계약 재연장을 위해 협상을 다시 벌여 1만4000~1만5000원 선에서 타결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HSBC는 18일 1만2800원에 인수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뒤 일방적으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HSBC가 론스타 측에 시장가격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것은 미련이 없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헐값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자 외환은행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HSBC를 포함해 유럽 상업은행들이 미국 IB인수에 관심이 많았는데 값싼 매물이 쏟아지자 그쪽으로 눈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선택은?
최대한 빨리 자금을 회수해 한국을 뜨고 싶어하는 론스타로서는 예상치 못한 유탄(流彈)을 맞았다.
론스타가 선택할 수 있는 첫번째 전략은 외환은행 주가가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론스타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회수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가가 오르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처지다.
두번째 가능한 시나리오는 론스타가 주식시장에서 보유 중인 지분을 10% 이하로 쪼개 팔아 투자금을 회수해 한국을 떠나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분을 쪼개 팔 경우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 매각 대상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또 다른 가능성은 론스타가 다른 인수 대상자를 찾아 매각을 재추진하는 방법이다. 국내 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만큼 가능성도 가장 높은 편이다. 하지만 매각협상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가격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론스타로선 이래저래 고민일 수밖에 없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매각 심사가 지연돼 주가 하락으로 계약이 깨진 것을 이유로 정부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 실제 론스타는 지난 7월 2조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서한을 정부 앞으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없다"며 "설령 소송을 제기해도 정부는 관련 절차를 밟아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하나금융이 유력 후보
여러 시나리오 중 외환은행이 국내 은행에 인수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세계 금융상황을 고려하면 론스타가 외국계 금융회사를 물색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했던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즉각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강정원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라고도 했다. 삼성증권 김재우 연구원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며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 따른 자금조달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