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천국' 일본 오사카 르포 <上>
규제 해제 바람… 減稅·투자 지원 등 혜택도
마쓰시타 등 공장 줄줄이… 경제효과 年3조
공장을 짓겠다니까 대도시 한복판을 내주는 나라, 세금 감면은 물론 설비투자용으로 수천억원과 임금 보조용으로 수십억원을 주는 나라. 얼마 전까지 “사업 못해 먹겠다”며 기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떠나던 ‘규제 망국(亡國)’ 일본의 요즘 이야기다.
파상적인 설비 투자로 한국 전자업체를 적자에 빠뜨리는 일본 최대 전자기업 마쓰시타(松下)의 핵심 초박막TV 생산기지인 아마가사키(尼崎) 공장 정문 안엔 오사카 지역 산업 동맥인 한신(阪神) 고속도로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상품을 실은 공장 화물차가 고속도로를 타고 수출 창구인 오사카항(港)까지 도달한 시간은 13분. 오사카 중심부에 상품을 풀어놓는 데는 30분을 넘지 않았다. 오사카 시내에서 공장까지 거리는 15㎞ 안팎. 서울 광화문~강남 양재역 거리에 채 못 미친다.
일본의 양대 도시권인 오사카는 도쿄와 함께 1960년대부터 30년 동안 인구 과밀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대규모 공장 신·증설을 금지한 제조업 규제를 받았다. 오사카 옆 도시인 아마가사키 시(市)도 같은 투자 규제를 받았다. 한국의 ‘수도권 규제’에 해당한다. 이 규제가 없어진 것은 2002년.
마쓰시타는 2004년 이런 대도시권에 거액을 받고 들어갔다. 마쓰시타가 3개 공장을 건설하는 대가로 아마가사키 시와 효고(兵庫) 현으로부터 받은 돈은 170억엔(1300억원). “투자해서 고맙다”는 사례금(투자보조제도)이다. “고용해 줘서 고맙다”는 사례금(고용보조제도)으로 직원 1인당 60만~120만엔(460만~920만원)도 챙겼다. 시라이 마사아키(白井正明) 공장장은 “첫 공장을 예정보다 2개월 앞당겨 가동할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고 말했다.
초박막TV 시장의 라이벌인 한국 LG필립스 LCD. 이 회사가 경기도 파주공장을 가동한 것은 2006년 1월. 3년의 노력 끝에 규제의 벽을 뚫었다. 반면 마쓰시타는 2004년 공장 건설을 결정한 지 1년여 뒤인 2005년 9월 규제가 사라진 오사카권에서 양산(量産)을 시작했다. 2공장은 다음달, 3공장은 2009년 같은 아마가사키 빈 땅에 준공된다.
마쓰시타가 4278억엔(3조2900억원) 적자를 내고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것은 2001년. 세계시장에서 한국 삼성과 LG의 투자 공세에 밀린 탓이다. 하지만 마쓰시타는 아마가사키 공장을 내세운 역공세로 작년 4595억엔(3조5300억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판세를 뒤집었다.
일본 경제계는 이를 “일본의 리벤지(revenge·복수)”라고 말한다. 한국 삼성이 일본 전자업체를 위기에 내몰고 세계 반도체산업을 평정할 때 사용한 ‘속도전’을 그대로 흉내냈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은 홀로 싸웠지만, 마쓰시타는 정부와 손을 잡고 싸운다.
아마가사키 공장이 있는 효고현은 마쓰시타 3개 공장을 비롯한 최근 투자유치의 효과를 산정했다. 설비투자로 5700명에게 새 일자리가 생겼고 GDP(지역 내 총생산)가 2%포인트 올랐으며, 소비 확대로 연간 4000억엔(3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설비투자가 주도하는 일본의 경제 부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오사카 일대에는 제2, 제3의 마쓰시타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마쓰시타에 초박막TV 핵심부품인 유리기판(基板)을 공급하는 아사히글라스(旭硝子) 공장이 오사카 도심에 들어섰다. 역시 일본 초박막TV 시장을 석권한 샤프가 오사카 옆 사카이 시에 세계 최대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