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디트로이트’ 중·동부유럽 르포
“규모에 관계없이 자동차 관련 공장부지 가격은 1달러가 채 안됩니다!”
요즘 중부유럽의 체코나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의 투자유치 당국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작년 5월 자동차 차체 생산업체인 성우하이텍은 체코 동부 오스트라바의 공장 부지 16헥타르(㏊)를 1코루나(약 45원)에 매입했다. 면적은 서울 잠실 야구장의 6배 크기. 미 자동차 부품사 TRW가 작년 4월 루마니아의 티미쇼아라에 10㏊의 공장을 지으면서 지불한 부지 가격도 1레이(약 380원)였다. 작년 12월 양산(量産)체제에 들어간 165㏊의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 부지 가격은 ‘0원’이었다. 이들 정부가 자동차 산업 투자를 유치하려고 공장 부지를 사실상 무상제공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우디·폴크스바겐·포드·GM·도요타·현대 등 글로벌 기업들이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루마니아로 이어지는 중·동부 유럽 5개국에 몰리면서, 독일·영국·프랑스를 대신해 이 지역에 유럽의 신(新)디트로이트가 형성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이들 5개국에 대한 자동차업체 투자액은 올 6월 말 현재 240억달러. 5개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능력은 325만대로, 한국(5위·394만대)과 프랑스(6위·317만대) 사이다.
이 중에서도 ‘허브’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1991년 합쳐서 17만여대를 생산했던 양국의 작년 자동차 생산량은 215만대에 달한다. 13배에 달하는 이 급등세의 원인을 설명하려고, 4일 체코 투자청의 온드레이 파벨(Pavel)은 지도를 폈다.
- ▲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있는 기아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기아차는 슬로바키아의 투자 유치정책 덕에 이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확보했다.
저임금(월 400~500달러)이지만 숙련된 노동력도 강점이다. 그러나 투자전문가들이 꼽는 최대의 강점은 바로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의 친(親)기업적 자세다. 체코 투자청의 파벨은 “투자기업이 땅이 필요하면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땅을 사서라도 준다”고 했다. 올 초 폴크스바겐은 1500cc급 인기차종 ‘골프(Golf)’에 주문이 쇄도하자, ‘연간 22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유럽연합(EU) 규정의 철폐를 체코 당국에 요구했다. 파벨은 “이는 EU 기준이지만, 노동자들과 합의해 비공식적으로 추가 시간외근로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