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밀 가격 1년새 두 배 올라
옥수수도 t당 75달러 급등… 제빵·축산물값도 곧 오를듯
최소 10년간은 상승세 지속

“멕시코에서는 올해 초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또띠야 가격이 급등하자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는 빵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음식가격 상승을 두고 벌어지는 이 같은 혼란은 한국에서도 곧 벌어질 수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 28일 CJ제일제당이 밀가루 가격을 13~15%씩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올 게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작년 12월에도 10% 가까이 올랐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이제 밀가루가 금가루로 불릴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경남 창녕에서 돼지 1만두를 사육하는 하태식씨는 “요즘 사료를 구매할 때마다 가격이 오른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옥수수가 주요 재료인 가축사료 값은 올 들어서만 3 차례나 올랐고, 축산농가에선 연말에 또 오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 ▲ 국제 밀·옥수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사진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군에다 농원의 한 농부가 지난해 말 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린 농지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국제 곡물 가격의 이상 폭등으로 전 세계 관련 산업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제 유가뿐 아니라 곡물가격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뛰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료협회에 따르면 밀은 지난해 8월 ?당 172달러에서 올 8월 313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옥수수 가격은 163달러(지난해 8월)에서 238달러(올 8월)로, 사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대두박(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도 같은 기간 248달러에서 352달러로 각각 급등했다.

◆개발도상국의 곡물 수요 증가와 신(新)에너지 개발 붐

옥수수 가격 폭등은 신에너지 개발과 관련돼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식용 및 가축사료로 사용되던 옥수수가 에탄올 제조용으로 쓰이고 있어서다.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은 자동차 대체연료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옥수수 수출시장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에탄올용으로 전환되는 옥수수 비중은 2004년 11%에서 올해 25% 수준으로 크게 늘 전망이다.

가격이 급작스럽게 오르다 보니 일부 사료업체에서는 옥수수 구입을 주저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사료용으로 옥수수를 계속 써야 하는지 회의가 생길 정도로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밀 가격 상승은 기상 이변 때문이다. CJ는 밀가루 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동유럽 및 구(舊)소련의 폭염, EU의 수확기 폭우, 호주의 가뭄으로 원맥(原麥) 선물가격이 폭등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중국·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옥수수, 열대작물 수출량이 급감하는 것도 곡물가 인상요인 중 하나다. 홍순찬 한국사료협회 기획부장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생활수준이 올라가고, 자국 내 축산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곡물 및 열대작물 수출량을 확 줄인 것도 폭등 원인”이라고 말했다.

◆음식값도 뒤따라 오를 듯

전문가들은 국제 곡물가 상승행진에 대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에 대해 해답이 보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8일 ‘국제곡물가 폭등이 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다’는 기사에서 “곡물가격의 상승기조가 최소 향후 10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곡물 가격 상승은 제과·제빵·라면·분식 등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파리바게뜨 측은 “빵 하나의 원가 중 밀가루 가격이 20% 가까이 차지하는데,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면 나머지 부문에서 생산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돼지·소·닭 등 축산물 가격도 중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료값 인상→생산비 증가→축산농가 위축→공급 부족→가격 인상’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료업체 선진의 이규복 기획팀장은 “과거에도 사료값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축산물 가격이 오르곤 했다”며 “업계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2007/10/01 09:57 2007/10/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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