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들, 기술력과 희소성 인정”… 오디오 분야 넘어 TV시장까지 진출
스피커 한 쌍에 1300만원, DVD플레이어가 810만원….
덴마크의 AV(오디오·비디오)전문업체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제품은 웬만한 사람은 살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도 전 세계 시장에서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60개 국가에서 42억2500만 크로네(약 7250억원)어치가 팔렸다. 회사측은 “오디오 매니아들 사이에 기술력과 희소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아우디(자동차), 루이뷔통(패션), 삼성전자(IT) 등 각 분야 대표 기업들이 앞다투어 이 회사와 손을 잡았다. 뿐만 아니라 80년 넘게 명성을 떨쳐 온 오디오 분야를 넘어 TV시장까지 진출했다. 뱅앤올룹슨의 CEO 톨번 소렌슨 회장(56)을 이메일로 인터뷰 했다.
―뱅앤올룹슨은 혁신적 제품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우리의 전략은 과거 바우하우스(Bauhaus·독일 바이마르에 있던 예술·건축학교)의 디자인 전통을 기반으로 30~40년 전 확립된 것이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은 ‘외관(form)’이 반드시 ‘기능(function)’과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저 제품 외관을 멋있게 포장하는 데만 초점을 두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본사에선 매주 금요일 디자이너와 기술자가 ‘아이디어 랜드’라는 부서에 모여서 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제품의 콘셉트·기능·디자인·기술 등 세부사항을 논의한다.”
- ▲소렌슨 CEO.
―디자인으로 유명한 기업인데, 흥미롭게도 사내 디자이너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
“그렇다. 제품 콘셉트나 디자인 전체를 총괄하는 직원은 있지만, 디자인 실무에는 대부분 우리와 계약 관계를 맺은 독립적인 프리랜서들이 참여한다. 이런 구조는 디자이너들이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 발상을 하는데 유리하다.”
―외부 인력이 많으면 일관된 제품 콘셉트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텐데.
“그들은 독립 디자이너들이지만 오랜 기간 우리와 함께 작업을 해 왔다. ‘기능과 디자인의 조화’라는 뱅앤올룹슨의 콘셉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우리도 그들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다. 앞에서 모든 과정을 일일이 통제하기보다는 한 걸음 뒤에서 이끌어주려고 노력한다. 이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특유의 조직 문화와 관계가 있을 것 같다.”
―뱅앤올룹슨은 제품은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의 전략은 대중적 제품과는 다르다. 일반 가전 브랜드는 대량 판매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최대한 원가를 낮추려 하고, 그 해결 방안을 부품가격 인하에서 찾는다. 하지만 뱅앤올룹슨은 주문 받은 수량이 생각했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모든 완제품에 최고급의 부품만을 고집해 사용한다.”
- ▲뱅앤올룹슨과 삼성이 공동으로 제작한 휴대폰‘세린’.
―어떤 부품을 사용해 어떻게 제작하나.
“가령 PDP TV는 이 분야 세계 최고로 꼽히는 일본의 파나소닉사 패널을 쓴다. 그 중에서도 최고 등급만을 사용하며, 여기에 밝은 빛에서 발생되는 반사 현상을 막는 뱅앤올룹슨의 ‘그레이 글래스’라는 기술을 더해 최고급 제품을 완성한다. 또 우리는 인건비가 무척 높은 편인 덴마크에서 100% 제작이란 원칙을 고집한다. 수공업으로 조립되기 때문에 제품 생산 기간도 길고, 생산량이 적다. 한국에 공급되는 물량도 소량이다. 품질에 걸맞는 ‘희소성’의 가치로 인해 우리 제품은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명품 가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믿는다.”
―최근 디지털 음악이 발달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오디오 업체들이 위기에 처했다.
“요즘 대다수의 음악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작은 MP3 플레이어로 재생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뒤집어 생각하면 다수의 사용자들은 디지털 파일로 압축되지 않은 고품질의 음악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 업무가 끝나 집으로 돌아와서도 이어폰을 귀에 꽂은 상태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뛰어난 성능의 스피커와 오디오 시스템을 집 안에 꾸며놓고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수요는 꾸준하고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80년 넘게 오디오 명가(名家)로서 생존해 온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 ▲베오비전9 PDP TV.
―아우디·루이뷔통 등 프리미엄 브랜드 업체와 협업(協業)을 강화한 이유는.
“협업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소비자층을 개발하는 계기가 된다. 아우디의 최고급차 A8에 우리의 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했다. 패션회사 루이뷔통은 우리 제품의 케이스를 제작했다. 공동작업 파트너는 신중하게 고른다. 협업을 했을 때 명확한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하고, 상대 회사의 CEO와도 자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루이뷔통과 공동 작업을 할 때 나는 루이뷔통 최고 경영진과 수시로 접촉했고, 두 회사 디자이너들도 밀접하게 교류했다.”
―삼성전자와도 휴대폰을 공동 개발했는데.
“삼성과는 5~6년 전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협업의 결과로 명품 휴대폰 ‘세린’(Serene)이 탄생했다. 삼성의 첨단 기술과 뱅앤올룹슨의 디자인을 결합시켜, 액정 화면과 키 패드의 위치를 과감히 바꾸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가 적용된 제품을 만들었다. 우리의 디지털 앰프 기술이 삼성 휴대폰에 탑재되기도 했다.”
―한국의 IT 산업과 디자인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IT업체들은 부품부터 완성품까지 좋은 품질과 기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완제품의 경우 유럽과 미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놀라운 발전이다.”
- ▲베오사운드9000 CD 플레이어.
―한국에서도 오디오에 집중하다 지난해 8월 TV를 처음 출시했다. 유난히 경쟁이 치열한 국내 TV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뭔가.
“해외에서는 TV를 팔아왔지만 한국에서는 오디오 위주로 제품을 선보였다. 한국 TV 시장은 경쟁도 치열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한국에서 1%를 겨냥한 ‘하이엔드 틈새(high-end niche)’ 시장을 노릴 것이다. 지난 달에는 극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서라운드 시스템의 PDP TV ‘베오비전 9’를 출시했다. 자동 센서를 통해 방 안의 어느 위치에서 TV를 보든, 또 방 안의 빛의 밝기가 어떻든지 항상 일정한 고품질의 화면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도 이런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아내와 함께 오랫동안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한다. 둘 다 긴장을 풀 수 있는 것이다. 역사 깊은 문화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은 곳으로 여행도 즐긴다. CEO로서 필요한 통찰력과 사색의 힘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 ▲베오랩9 스피커.
올해로 창립 82주년을 맞은 덴마크의 AV(오디오·비디오)전문 기업. 1925년 덴마크 엔지니어 피터 뱅(Peter Bang)과 스벤드 올룹슨(Svend Olufsen)이 공동 창업한 데서 회사 이름이 유래했다.
덴마크 기업이지만 오디오를 중심으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시대를 한 발 앞서가는 디자인과 기술 중심의 제품 개발로 80년 넘게 명맥을 이으며 고가(高價) 시장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디지털TV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7250억 원. 전세계 60여 개 국에서 2400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 ▲뱅앤올룹슨의 카오디오를 장착한 아우디 최고급 승용차 A8.
뱅앤올룹슨의 CEO. 1996년부터 2001년까지 덴마크의 레고사에서 책임본부장 등을 지내다, 2001년 뱅앤올룹슨 CEO를 맡았다. 덴마크 오르후스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뱅앤올룹슨 주력인 오디오 사업은 물론 디지털TV 등 신사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재임기간 중 독일 아우디사에 카오디오를 공급하고 삼성전자와 휴대폰을 공동 개발하는 등 글로벌 협력을 강화했다. 가족으로 대학병원 연구소에 근무 중인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때 뱅앤울룹슨 이어폰 많이 썼지...
브랜드에 걸맞게 제품도 믿을수 있는곳...
단지 본사가 아닌 세계 지사들의 사후제품관리나 고객관리는 조금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