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꺼번에 폭락한 전 세계 증시 쓰나미가 해변에서 유유히 휴가를 즐기던 투자은행(IB)임직원들까지 덮쳤습니다. 갑작스러운 사태 파악을 위해 이들은 일제히 모래밭 위에 가상의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책상도 컴퓨터도 필요 없었습니다. 블랙베리(BlackBerry·무선인터넷과 이메일, 사무용 소프트웨어가 모두 가능한 휴대전화)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깐요.

    프랑스계 투자은행인 BNP파리바의 주식 담당 대표인 마틴 이건(Egon)도 백사장에서 난리를 치른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에 두바이 해변에서 블랙베리와 함께 선탠을 하고 있다가 소식을 들었다”며 “그 즉시 블랙베리를 집어 들어 사무실과 연락하고 사태 파악에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투자은행 직원들은 블랙베리가 자신의 생명줄(lifeline)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휴가를 가도 블랙베리로 전 세계 주가 동향 파악은 물론, 기사 검색, 본사 직원들과 메신저 채팅까지 모두 할 수 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한 투자가는 “만약 블랙베리가 없었던 10년 전이라면 우리 모두 휴가를 취소하고 당장 사무실로 돌아왔어야 했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블랙베리 때문에 휴가지에서조차 100% 안심하고 즐길 수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니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블랙베리 제조회사인 ‘리서치 인모션(RIM)’이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블랙베리로 기업 임직원의 생산성이 약 30% 향상된 반면, 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최근 미국 물리치료협회에서는 문자메시지로 인한 근육통을 ‘블랙베리 손가락’이라고 부르며 정식 직업병으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블랙베리와 비슷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아직 이용자가 수천 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 Posted by Takumi

    2007/08/13 11:27 2007/08/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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