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들은 투자 꺼려 가입자 6만명 불과
“와이브로(WiBro: 초고속 휴대인터넷)가 더 많은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한국·미국이 공동 개발한 와이브로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자격을 획득한 데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와이브로 기술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내고 시장을 확대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 와이브로는 국제표준채택 시점에 맞물려 우군(友軍)세력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표준화에 참여했던 인텔·모토로라 외에도 미국 최대의 통신서비스 업체 AT&T,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가 속속 와이브로 진영에 합류하고 있다.
◆해외 공룡 IT기업들의 가세=미 시스코시스템스는 24일 와이브로 관련 기지국 장비제조업체인 나비니 네트웍스를 3억3000만 달러(약 3026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시스코가 그동안 와이브로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고무적인 내용이다. 이는 컴퓨터 네트워킹 분야 최고기업인 시스코가 모바일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시스코 래리 랭 부사장은 “인도·러시아·브라질 같은 이머징 시장의 고객들이 와이브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연내로 초고속 무선인터넷 사업자를 선정, 서비스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일본 사업자 선정에는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IT(정보기술) 기업이 대거 뛰어들었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2015년까지 2500억엔(약 2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또 미국의 통신공룡 AT&T도 이미 라스베이거스 인근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와이브로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 와이브로는 달리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각 가정에서 쓰는 초고속인터넷에 버금가는 빠른 속도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시장확대 추세와 발맞춰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3위의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 넥스텔과 손잡고 오는 11월부터 미 워싱턴에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다. 삼성이 이곳 서비스에 대한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것이다. 또 내년 4월부터는 보스턴·필라델피아 등 미 동부 6개 지역에서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데이타 역시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무엇보다 시험무대 격인 국내 와이브로 시장이 생각보다 뜨질 않는다는 점. 제2의 CDMA(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디지털 이동통신)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 활성화가 필수적인데, 작년 6월 상용화된 와이브로는 현 가입자가 6만7000여명에 그친 수준. 반면 휴대폰 기반의 경쟁 기술인 HSDPA(유럽식 3세대 이동통신)는 국내시장에서 45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국적으로 HSDPA망을 깔고 있는 상태에서 비슷한 와이브로 통신망을 다시 깐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중복투자”라면서 와이브로 투자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와이브로 시장 확대의 최대 파트너인 미 스프린트 넥스텔의 요즘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스프린트 넥스텔은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으로 게리 포시 CEO(최고경영자)가 경질되는 홍역을 겪었다. 문책 사유 중 하나가 막대한 와이브로 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의 약자. 대용량 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한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컴퓨터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와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이 인텔과 공동으로 국제 표준화를 성공시켰다. 그래서 인텔과 외신에서는 와이브로를 모바일 와이맥스(mobile WiMax)라고 쓴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