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와 론스타가 지난 3일 외환은행 양수도 계약을 전격적으로 체결했지만, 외환은행의 최종 주인이 누가 될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여러 변수를 종합해 향후 외환은행 매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3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본다.

①시나리오1: HSBC, 외환은행 인수 성공
이 시나리오에 대한 예측이 엇갈리지만, 현재로선 성공보다 실패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무엇보다 은행 인수 자격 승인권을 가진 정부가 “법원의 재판(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끝나기 전에는 승인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4일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 현재로서는 가능성 제로(0)’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금감위의 승인이 나지 않는다면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론스타도 이 점을 의식, HSBC가 내년 1월 말까지 금융감독위원회에 매각 승인 관련 서류를 접수하지 못하면 계약을 먼저 깰 권한을 확보했다. 안 될 거래를 놓고 언제까지나 기다리진 않겠다는 의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HSBC측이 이런 조건까지 수용하면서 계약을 한 데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내년 4월 이전에 1심 재판 판결이 나오면 금융감독 당국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정권이 바뀌면 외국 자본의 은행 인수에 대한 시각에도 변화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 아니겠느냐는 추론이다.

HSBC는 한국 정부를 자극하는 발언을 일절 자제하며, 한층 몸을 낮추고 있다. 스테판 그린(Stephen Green) HSBC 회장은 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은 기나긴 여정 중 중간 이정표일 뿐”이라면서, “한국의 금융감독 당국이 우리의 계약 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고, 나는 그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화증권 박정현 연구원은 “론스타가 항소를 포기해(유죄 확정) 금융감독 당국의 주식 강제 처분 명령을 유도한 뒤, 자연스레 HSBC에 지분을 넘기는 구도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잘못된 행위였다면, 지분을 팔면 되고 그럴 경우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②시나리오2: 제3의 외국자본 등장

HSBC가 기한 내에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론스타는 더 기다리지 않고 계약을 파기한 뒤, 다른 인수 후보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국내 금융기관보다는 제3의 외국자본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론스타는 지난해 국민은행과의 거래 경험을 통해, 국내 금융기관들은 론스타의 먹튀(시세차익을 실현해 한국을 탈출하는 것)를 돕는다는 ‘비판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또 론스타 입장에선 외환은행 노조가 국내 금융기관보다 외국 자본이 새 주인이 되는 것이 ‘독자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럴 경우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두바이펀드, 제3의 글로벌 투자은행 등이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론스타 내부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론스타가 HSBC와의 딜이 깨질 경우, 다음 순서로 ‘세계 10대 은행’에 속하는 금융그룹과 협상을 가질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카드는 ‘시중은행을 더 이상 외국계 자본에 줄 수 없다’는 정부의 견제가 가장 큰 장애요소이다.

③시나리오3: 국내 금융기관이 외환은행 인수

정부의 강한 의지를 감안할 때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외국 자본에 대한 비판 여론뿐 아니라 향후 은행산업 재편 구도까지 감안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론스타로 하여금 외환은행을 ‘국내 금융기관’에, ‘더 싼 가격’으로 넘기게 하는 게 최선의 해법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최근 “내년 이후 국내 은행들의 수익력이 약화되면서 은행주의 주가가 현재보다 상당 폭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심장한 발언을 했다. 정부가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주면 HSBC가 제풀에 지쳐 포기할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자연스레 국내 금융기관들이 한층 싼 가격에 외환은행을 인수할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외환은행 인수를 준비 중인 A은행 고위 임원은 “HSBC가 정부 승인을 얻지 못하고 결국 국민은행처럼 계약이 깨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에 ‘기회’를 엿보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2007/09/05 09:27 2007/09/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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