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여성이 뛴다…
포스코 멕시코 사무소 채호진 차장
GM 등 구매책임자, 스피드를 무기로 꽉잡아
미주지역 수출 30만t으로 15배 늘리는데 앞장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한국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성 일변도의 해외 주재원 사회에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조선경제는 글로벌 비즈니스 전선의 첨병으로 뛰고 있는 기업의 여성 해외 주재원을 방문, 그들의 활약상과 애환을 들어보았습니다.
포스코 멕시코 사무소의 채호진(蔡昊眞·41) 차장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GM·폴크스바겐·크라이슬러사(社)의 스틸(steel) 구매 책임자 사이에서 ‘루시 채(Lucy Chae)’로 통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의 구매 담당자 사이에서 신속한 일 처리로 신임을 얻은 것이다.
채 차장은 평균 해발 2350m라는 멕시코시티에서 근무하지만, 포스코의 철강을 원하는 회사의 요청이 있으면 당장 달려간다. 지난 7일에는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협의를 요청하자 혼자서 차를 운전해 디트로이트로 찾아가 상담을 벌였다.
채 차장이 멕시코 사무소의 주재원으로 뽑힌 것은 작년 6월. 사내 공모에 참여, 포스코에서 주부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주재원으로 뽑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언어능력과 업무능력을 고려했다”면서 “사실 그동안 채 차장이 미주 지역 수출을 개발하고 주도한 공로가 감안됐다”고 밝혔다. 채 차장의 능력이 처음 발휘된 것은 2001년이었다.
- ▲멕시코 포스코 공장에 있는 철강 코일들 사이에 서 있는 채호진 차장. 그는 작년 11월 멕시코 사무소로 발령이 나면서 해외 주재원이 됐다. /포스코 제공
피아트의 터키 공장이 포스코에 당초 3000t을 주문했다가 9·11 테러가 터지자 300t으로 줄였던 것이다. 당시 자동차·가전 수출팀에 있던 채 차장은 터키로 날아가 “납기와 품질을 아르셀로(당시 유럽 최대 철강업체) 수준으로 맞추겠다. 당신들도 공급 선을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고 설득, 결국 2000t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회사에서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납기와 품질을 약속한 대로 지키기 위해 자정에도 광양제철소에 전화해 공장 관계자들로부터 ‘독촉대왕’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채 차장은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으면 즉시 답장을 주는 신속함과 적극성으로 속속 계약을 성사시켰다. 2002년에는 GM의 구매부장이 “가격을 상담하고 싶다”고 하자, 다음날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을 정도였다. 채 차장은 미주지역 수출을 2001년 2만t에서 2006년에는 30만t으로 크게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멕시코로 사무실을 옮겼지만 서울서 하던 대로 미주지역 자동차 기업에 포스코의 철강을 판매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작년 11월 7일 친정 부모, 11살 난 아들과 멕시코시티로 왔지만 초기 정착은 쉽지 않았다.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고 한의사가 되겠다며 한의대에 재학 중이라 한국에 남았다. “처음엔 집을 구하지 못해 한 달 동안 호텔방에서 지내야 했고, 사람들은 멕시코시티는 권총 강도가 나올 만큼 치안도 불안하다고 했어요. 처음엔 무모한 결정을 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러나 ‘선배가 잘해서 우리들의 길을 열어 달라’던 여자 후배들의 말이 생각나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1990년 포스코 여성공채 1기로 입사한 이후 ‘왕언니’로서 책임감을 느꼈던 것이다. 채 차장도 입사 초기에는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남자 후배들로부터 ‘형님’이란 소릴 들을 만큼 자리를 잡았고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다.
그의 꿈은 포스코의 마케팅 최고 임원(CMO)이 되는 것이다. “포스코의 경쟁사인 일본의 제철소에도 마케팅부서에는 여성이 없다고 하더군요.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는 데 힘을 보탠다고 생각하니 보람을 느낍니다.”
Posted by Takum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