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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4 대학 가면 끝날 줄 알았더니… by Takumi

대학 가면 끝날 줄 알았더니…

토익·컴퓨터·자격증·어학연수… 과외비에 허리 휘는 대학생들

대학생 자녀 셋을 둔 오미순(51·여)씨는 사교육비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씨는 “세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대학만 가면 끝’이라는 생각에 허리띠 졸라매고 사교육비를 댔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도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 때문에 허리가 휜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이들이 토익·컴퓨터·한자 학원은 기본으로 다닙니다. 외국 어학연수까지 보내달라는데 아이들 사교육비에 집안 살림이 휘청거리는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에 다니면서 또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대학만 가면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인 거예요.”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한국소비자원 ‘국민소비행태 및 의식구조’ 분석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은 과외비를 지출하는 집단은 고등학생이 아니라 대학생이었다. 대학생은 사교육비로 한 달에 평균 36만8300원을 써 중·고생 34만1000원, 초등학생 29만7500원보다 높았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대학 입학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더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서울 종로의 한 외국어 학원 앞에서 영어교재를 구입하기 위해 수강생들이 길을 줄게 서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10월 대학생 1518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교육 현황조사’ 결과도 위와 비슷하다. 조사 결과 대학생 51.8%가 사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이 받는 사교육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전공 보충·심화 수업(32만원)과 영어 교육(31만원)에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컸다. 또한 전문자격증 취득(25만원), 기타 외국어 습득(23만원), 희망직무관련 전문교육(22만원)에도 사교육비를 쏟아붓고 있었다.

인크루트 홍보팀 강정화 주임은 “조사에 응한 대학생들의 사교육비는 월 평균 76만원에 육박했다”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본인이 스스로 사교육비를 마련하는 대학생은 전체의 43.9%, 부모님께 도움을 받는 경우가 42%이지만 대출을 받아 사교육비를 충당한다는 대학생도 2.8%나 됐다”고 말했다.

서울 S대 자연과학부 4학년 윤모(24·여)씨는 “‘금융3종세트’를 따기 위해 겨울방학 동안 하루에 사이버 강의를 10강씩 몰아 듣는다”고 했다. ‘금융3종세트’란 ‘증권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 시험을 말한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금융권에 취직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자격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윤씨는 “자연과학 전공인데 상관도 없는 금융자격증을 따려니 용어 하나하나가 낯설어 비전공자를 위한 코스를 먼저 수강했다”고 말했다. 책값과 사이버 강의 수강료를 모두 합쳐 100만원 이상 들었다고 한다.

대학생 이모(24·여)씨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 미디어 관련 학과에 입학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실습 수업이 개설되어 있지만 개인에게 돌아오는 실습시간은 얼마 되지 않아 피드백을 받기 어려워요. 학원은 장비도 잘 갖춰져 있는데다 인원도 소규모라서 효과적이죠. 5개월 수강료가 240만원이고 1:1강의는 추가로 돈을 지불해요. 이렇게 비싼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두세 군데씩 다니는 사람도 있어요.”

이씨는 지난 1년간 아나운서 아카데미 수강료로 240만원, 영어회화 실력 향상을 위한 과외비로 120만원, 체형 관리를 위한 요가 교습에 100만원을 썼다. 이씨는 “이렇게 돈을 들였는데도 아나운서 안되면 어머니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부천에 사는 김모(53·여)씨는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간 아들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4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김씨는 “어학연수만 갔다 오면 영어를 잘할 수 있다는 아들을 믿었기 때문에 4000만원이 아깝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대출금을 갚기 위해 그는 2년째 김밥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이처럼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소위 ‘스펙’을 높이기 위해서다. 스펙이란 세부사항을 뜻하는 ‘specification’을 줄인 말이다. 구직자들은 출신 학교·학점·토익 점수·자격증 소지 여부 및 해외 연수나 인턴 경험 유무 등을 종합해 스펙이라고 부르고 있다.

인크루트의 ‘취업 사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응답 대학생 중 41.2%가 ‘자격증·어학능력 등 스펙을 높이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서’(21%), ‘취업 도전에 매번 실패해서’(16.4%), ‘사교육을 안 받고는 취업에 성공하기 힘들 것 같아서’(12.6%), ‘주변에서 다 하니까 불안해서’(2.7%)라는 응답도 있었다.

C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IMF 직후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필터링’이라 불리는 이력서 선별 작업을 했지만 요즘은 ‘필터링’이 거의 없어졌다”며 “요즘은 토익 점수 등 수치화된 스펙을 따지기보다 적성과 성실도 등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캠퍼스 리쿠르팅에 나가 보면 대학생들이 여전히 스펙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을 직접 만나보면 토익점수나 자격증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해요. 그런 스펙보다는 업무 관련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뜬구름 잡기’로 들리기 쉽죠. 워낙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토익점수·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안도감을 얻는 것 같아요.”

사교육은 대학생들을 우울증으로 몰아넣는 요인이기도 하다.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남이 다 받는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불안해 우울증 증상을 호소하는 대학생도 있다. 서울 H대 이모(25)씨는 “몇 달 학원을 안 다닌 적이 있는데 주변에서 학원 다니는 친구를 보면 불안하다”며 “아무래도 ‘학원 중독’인 것 같다”고 했다.

“‘토익 900은 기본’이라거나 ‘대기업에서 영어 면접 비중이 늘어난다’는 얘기를 들으면 불안해서 학원 먼저 찾게 돼요. 앞으로 어학연수도 갈 예정이고요. 지금껏 학원에 들인 돈을 합치면 차를 여러 대 뽑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한 리쿠르팅 업체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5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지원자의 적극적인 마인드’(39.8%)로 나타났다.

학부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고진광(52) 공동대표는 “사교육에만 의존하는 대학생을 탓할 게 아니라 비싼 등록금을 받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시키지 않는 대학을 탓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진학률이 82.8%인 우리나라에서 대학등록금으로 쓰는 돈이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한다.

“대학 등록금이 1년에 1000만원을 육박합니다. 비싼 등록금 받은 만큼 대학은 학생들이 사교육 없이도 사회에 나설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교육비 근절을 위해서 학교 밖으로 내몰린 학생들을 방관하지 말고 진로 교육에 더 집중해야죠. 학교 외형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린 사교육 안 받고 취업 성공”
아르바이트·인턴 하면서 현장 익히고
토익·면접은 스터디모임으로 해결


2006년 12월 CJ GLS에 입사한 박승찬(27)씨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와 인턴으로 취업난을 뚫었다. 명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물류업계가 유망하다고 판단, 물류회사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6개월간의 아르바이트로 현장 분위기를 익히고 업계 동향도 파악했죠. 어학연수도 간 적 없고 토익 점수도 800점대 초반이에요. 부끄럽지만 남들 다 있다는 컴퓨터 자격증도 없고요. 그래도 인턴 선발하는 면접에서 막힘 없이 대답했어요. 직접 일해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CJ는 대학 4학년생을 대상으로 인턴 모집을 하는데 6주간 인턴 활동을 평가해서 정직원으로 채용한다. CJ GLS 인사담당자에 따르면 CJ그룹 평균 인턴 경쟁률은 100 대 1에 가깝다고 한다.
박씨는 “무작정 스펙만 높이지 말고 졸업 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부터 고민하라”며 “진로는 학원에서 정해주는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대신증권에 근무하는 황종현(28)씨는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어학연수를 한 경우. “영국 자원봉사기관인 CSV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어요.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학습을 돕고 외출 할 때 길잡이 역할을 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눈여겨보셨는지, 입사 면접에서 자원봉사 경험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여러 고객을 상대하는 증권사 업무 특성상 직원 채용 시 인성과 팀워크를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해외 자원봉사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는 게 황씨의 설명이다.
취업에 필요한 토익과 면접 준비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 친구들과의 스터디 모임으로 해결했다. 황씨는 “토익 학원을 한 달 정도 다녀 봤지만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며 “친구들을 모아서 매일 단어 시험을 보고 벌금을 내는 식으로 6개월간 공부한 끝에 950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비롯한 면접 대비도 4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했다.
황씨는 “부지런히 알아보면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취업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면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지 말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라”고 말했다.

Posted by Takumi

2008/02/24 15:10 2008/02/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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