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민당 총선 압승, 의석 4분의3 확보
대만독립 제동… 중국과 관계 개선될 듯

지난 12일 밤 9시30분쯤 대만 타이베이(臺北) 시내의 민진당 당사. 굳은 표정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셰창팅(謝長廷) 총통 후보 등과 함께 마이크 앞에 섰다. 천 주석은 "1986년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에 부끄럽다. 모든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물러난다"며 90도로 고개 숙여 절한 다음 황급히 자리를 떴다.

비슷한 시각 국민당 중앙당사 안팎은 불꽃놀이와 축포가 뒤섞인 축제 분위기였다. 지지자들은 대만 국기와 마잉주(馬英九) 총통 후보의 인형, 국민당 당기(黨旗) 등을 흔들며 '국민당 만세' '마잉주!'를 연호했다. 일부는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후스중(胡時忠·39)씨는 "민진당 정권 8년의 종점이 보인다"며 환호했다.

▲ 지는 천수이볜… 천수이볜(왼쪽) 대만 총통이 13일 과테말라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 탑승구로 걸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천 총통이 집권당 총선 패배 다음 날 외국 순방을 떠난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정과 부패, 편 가르기 정치로 침몰

12일 입법위원(국회의원·임기 3년) 113명을 뽑는 총선에서 국민당은 81석(지역구 61석+비례대표 20석)을 얻어 민진당(27석)을 압도했다. 국민당은 동맹정당인 친민당과 무소속 의석을 합하면 4분의 3 이상의 의석을 확보, 단독으로 헌법 개정과 총통 파면까지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반면 민진당은 전통적인 표밭인 가오슝(高雄)과 타이중(臺中)에서도 패배, 정치 기반이 궤멸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민진당의 참패는 독선과 오기로 '편 가르기'를 일삼아온 천 총통 측의 '자업자득'이라고 분석한다. '탈(脫)중국화(대만 독립)'를 기치로 내걸고 지지층과 반대층을 나누는 이분론적 정치 전술을 펴온 그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는 것이다. 천 총통은 부패 척결과 깨끗한 정치를 내걸었지만,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와 사위, 최측근의 비리 스캔들이 겹치면서 '부패 무능 정권'이라는 오명을 샀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및 대미 관계 개선될 듯

이번 총선으로 '중화민국' 대신 '대만' 명의로 유엔 가입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민진당 정권의 급진적인 대만독립노선에도 제동이 걸렸다. 대만독립노선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했고 이는 경제 침체로 이어졌다. 민진당이 집권한 2000년 이후 대만의 국내총생산(GDP)은 3214억 달러에서 2006년 3646억 달러로 13.4% 증가에 그쳤다. 1인당 GDP도 1만4226달러에서 1만5936달러로 12% 늘어나는 데 그쳐 연평균 2% 증가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냈다.

▲ 뜨는 마잉주… 12일 대만 야당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 후보가 타이베이에서 총선 투표를 한 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은 집권 민진당의 실정을 발판으로 압승을 거두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국민당은 양안관계 개선을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대학원의 뉴쥔(牛軍) 교수는 "국민당의 압승으로 양안관계에 안정 기류가 정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의 최대 후견국이면서 천 총통의 독립노선으로 냉랭한 관계를 보였던 미국도 대만과의 우호관계 복원을 기대하고 있다.

◆'탈(脫)천수이볜' 역풍 부나

민진당은 13일 낮 셰창팅 총통 후보를 후임 당 주석으로 임명했다. 셰 후보는 오는 3월 22일 실시될 총통 선거 승리를 위해 천 총통과의 '거리 두기'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만 둥하이(東海)대 정치학과의 왕예리(王業立) 교수는 "셰 후보는 양안 관계에서 온건 노선을 표방하는 등 이미 천 총통과의 차별화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편 천 총통 주도로 강행된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 흔적 지우기' 작업도 오는 3월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의 마잉주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단되거나 원상 복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Posted by Takumi

2008/01/14 10:40 2008/01/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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