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노하우’ 한국에 길을 묻다

'코벌라이제이션' 세계를 이끈다 세계에 수출되는 한국형 IT 모델
글로벌 기업들도 첨단 전산시스템 배워 가
와이브로 등 IT기술 세계 표준으로 우뚝


“한국 시중은행의 전산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영국 본사에서도 한국의 IT 노하우를 배워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 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부임한 SC제일은행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은 한국 기자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 배울 것들이 많다”며 그중 은행의 IT 인프라를 첫손에 꼽았다.

실제로 스탠다드차타드 본사와 글로벌 계열사 직원들은 2005년부터 한국을 수시로 방문, SC제일은행의 전산 시스템을 꼼꼼하게 배워 가고 있다. 정윤영 SC제일은행 상무는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3~4일 만에 이뤄지는 현장을 보면 다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보다 훨씬 역사가 오래된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IT 분야에서는 코리안 스탠더드를 글로벌 표준으로 도입하는 데 앞다퉈 나서고 있다. IT 코벌라이제이션의 현장이다.

◆글로벌 기업이 배워 가는 한국 IT 인프라

삼성전자의 IT 인프라 중 ‘글로벌공급관리(SCM) 시스템’은 세계 최고 전자 브랜드인 일본 소니(Sony)마저 탐을 낸다. 제품이 팔려 나가는 양에 따라 공장의 생산량과 부품의 주문량 등이 실시간으로 자동 조절된다. 삼성전자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부품 공급 시간을 단축해 혁신적인 원가 절감을 이뤄 냈다.

소니는 아직 이처럼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원가 절감에서 삼성전자보다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소니는 자사의 IT 인프라 구축을 맡은 일본 NEC에 “삼성전자 수준의 SCM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 NEC 직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네 번에 걸쳐 삼성전자를 방문해 한 수 배우고 갔다는 후문이다.

▲ SC제일은행 대주주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 경영진이 지난해 3월 서울 공평동 SC제일은행 본점을 방문, SC제일은행의 앞선 IT 인프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C제일은행 제공

◆정부 행정 IT도 세계를 선도

정부 행정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특허 신청의 모든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특허청의 ‘특허넷’(LG CNS 구축)은 유럽·일본·싱가포르 등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배워 가면서 세계지적재산권기구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행정 혁신사례(world best reference)’로 선정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복잡한 서류 뭉치 없이 안방에서 편리하게 특허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은 한국이 세계 최초”라며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정부의 행정 혁신 분야에서도 한국 표준이 세계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은 세계적 주식 투자가인 워런 버핏(Buffett)이 “단연 세계 최고”라고 칭찬한, 인터넷 상장기업 정보 시스템이다. 상장기업들의 재무제표와 유가증권신고서 등 각종 공시 정보 전문을 한국어는 물론 영어로도 제공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은 미국과 캐나다가 한발 앞서 시작했지만, 서비스의 편리성 면에서는 한국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는 우리가 세계 최초다.

금감원 공시감독국 최한목 팀장은 “미국의 경우 인터넷이 아니라 전용 단말기(터미널)를 이용해야 하고 실시간 공시 정보를 보려면 회원으로 가입해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서 “한국은 PC만 있으면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해 공짜로 실시간 공시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표준이 곧 국제 표준

IT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선보인 기술 표준이 그대로 국제 표준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난 19일 열린 스위스 세계전기통신연합 총회에서 국제 통신 기술 표준의 하나로 채택된 ‘모바일 와이맥스(Mobile WIMAX)’는 우리나라에서 ‘와이브로(WiBRO)’라고 부르는 국산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또 독일과 중국 등 10여 개국에 진출한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기술도 우리나라에서 개발돼 국제적 표준이 되어 가는 사례다.

세계 반도체·컴퓨터 산업의 국제 표준을 논의하는 JEDEC(세계 반도체기술 표준기구)의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표준이 세계적 표준으로 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의 밑거름이 됐다. 예를 들어 전화걸기(SEND) 버튼이 문자판의 위쪽에 위치하는 휴대전화의 숫자판 디자인은 삼성전자가 지난 1993년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세계적 표준이 됐다. 또 폴더·슬라이드 등 휴대전화 자체의 디자인 면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한국 기술이 세계적 표준이 되면 한국 기업과 인재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고, 경쟁 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방식을 모방하면서 코벌라이제이션 현상을 부추기게 된다. 설정선 정보통신부 정책본부장은 “한국의 IT 기술이나 인프라 환경이 글로벌스탠더드로 정착될수록 한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코벌라이제이션(Kobal ization=Korea+glob alization)

한국형 경영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되어 가는 현상이나 과정을 뜻한다. 선진국을 추종하는 모델을 뛰어넘어 한국식 성공 모델을 갖고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자는 새로운 전략개념이다.

Posted by Takumi

2007/10/26 07:05 2007/10/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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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벌라이제이션' 세계를 이끈다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배워간 한국 유통 노하우
판매대 공간 오밀조밀 복층구조·지하 주차장 설비·디자인·IT시스템
한국 전문가들에 맡겨 매뉴얼도 한국형 도입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50㎞ 가량 떨어진 에식스(Essex) 지역의 첼름스퍼드(Chelmsford) 시내 파크웨이 거리. 대로변 커다란 노란색 벽돌 건물 정면 위에 왠지 친숙한 간판이 선명하게 보인다. ‘테스코 홈플러스(TESCO Home Plus)’.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쇼핑 카트를 올려놓고 2층으로 올라가는 무빙워크(트래블레이터)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흔하지만, 영국의 다른 매장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영국 주거용품점인 B&Q나 전자제품점인 커리스(Curry’s), 핼리팩스(Halifax) 등은 단층 구조로 돼 있으며, 무빙워크는 찾아볼 수 없다.

홈플러스의 물건 판매대도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영국 매장과 달리 웬만한 어른이면 어디나 손이 닿을 수 있다. 판매대 간격은 영국 매장과 달리 오밀조밀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모습이다.

매장을 안내해준 테스코 직원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 않으냐”며 빙그레 웃었다. 알고 보니 ‘홈플러스’란 이름부터 매장 구조, 상품의 진열 방식까지 모두 한국식이다.

78년 전통의 세계적 유통업체 영국 테스코가, 설립한 지 불과 8년밖에 안 된 한국의 자회사로부터 브랜드에서 운영 노하우까지 몽땅 들여온 것이다.

  • ▲ 영국 동북부 첼름스퍼드의 테스코 홈플러스 매장. 복층 구조에, 키 높이의 물건 판매대, IT시스템 등 운영 노하우와 심지어 매장 이름까지 한국 법인에서 역(逆)벤치마킹했다. /첼름스퍼드

◆테스코 본사에서 배워간 한국의 유통 노하우=삼성테스코는 지난 1999년 영국 테스코와 삼성물산이 50대50으로 합작해 만든 회사다. 삼성물산이 지분을 매각해 지금은 테스코 지분이 대부분(94%)이고 삼성물산은 6%만 갖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출범 이듬해인 2000년 8월 첫 점포인 안산점을 내면서 홈플러스란 브랜드를 내걸었다. 그런데 첫해부터 ‘대박’이 터졌다. 인근 경쟁업체의 2배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

테스코 본사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합작 첫해부터 이런 실적을 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결국 2002년 본사 직원들이 대거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국에 수시로 찾아와 상품 구성과 진열 방식, 고객 동선(動線)과 무빙워크의 위치, 층간 높이, 건물 디자인 등 운영 정보를 세세하게 파악해 갔다.

테스코는 한국 홈플러스의 성공 비결이 한국형 매장구조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층이 아닌 복층(複層) 구조와 지하 주차장, 백화점식 상품 진열 등이었다. 기존 테스코 경영진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삼성테스코 곽성권 과장은 “영국에서는 복층 구조가 무조건 불편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한국 매장을 보니 무빙워크를 중심으로 고객 동선이 매우 효율적으로 구성되는 것을 보곤 놀라워하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한 수 배운 테스코의 신설 매장들은 대부분 복층 구조를 채택하고 무빙워크를 설치했다. 영국에선 지하 주차장이 별로 없지만, 맨체스터를 포함한 일부 매장은 한국처럼 지하 주차장도 만들었다.

급기야 테스코는 지난 2005년 10월부터 논푸드(식품 제외) 전문매장 7개를 오픈하면서 브랜드를 모두 ‘테스코 홈플러스’로 쓰기에 이르렀다. 테스코의 리사 카바나(Kavanagh) 홍보부장은 “홈플러스란 이름이 가정용품, 전자제품 등 논푸드 전문매장 콘셉트에 맞아 본사에서 전격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법인의 IT 기술이 본사의 글로벌 표준으로=테스코의 역(逆)벤치마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 세계 테스코 매장에서 사용하는 상품 관리 시스템 등 IT 시스템을 아예 한국의 홈플러스에 맡겨 개발했다.

이승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사장이 테스코그룹 회장 테리(Terry) 경에게 IT 시스템 개발을 맡겠다고 제안했고, 테리 경은 이를 선뜻 받아들였다.

이를 계기로 삼성테스코는 2002년부터 1년 반 동안 국내 IT 전문가 70여 명을 보내 IT 인프라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당시 작업에 참여한 한국 기술자들은 지금은 터키, 중국, 일본, 미국 등 테스코 진출국으로 나가 유통 시스템 구축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테스코의 IT 기술이 테스코그룹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삼성테스코의 올해 매출은 6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을 제외한 세계 테스코그룹 매출의 3분의 1에 이른다.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은 “한국식 경영과 운영 효율성이 인정 받은 결과”라며 “이제는 한국이 세계에 선진 유통기법을 가르쳐 주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코벌라이제이션(Kobalization·Korea+globalization)=한국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경영방식이 글로벌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면서 점차 글로벌스탠더드로 확산되어 가는 현상이나 과정. ‘로컬(local)기업의 성공 비결이 글로벌시장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조동성 서울대 교수의 ‘록벌라이제이션(Loc-balization)’ 이론을 한국 기업에 적용한 신조어다.

Posted by Takumi

2007/10/18 13:07 2007/10/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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